티스토리 뷰

반응형

13. 유방암 수술을 위한 준비, 그리고 드디어 수술

1월에 암진단을 받고 3월 수술까지, 어찌 보면 짧은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심적으로는 그 기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그래도 모두의 도움으로 수술 날까지 도래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나는 분당ㅊ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수술 전날 입원을 했고, 다음 날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수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을 하려면 전날 자정부터 금식을 해야 해서 연세가 많은 분들이 이른 시간대에 수술을 하시는 것 같았다.

3박 4일 입원인데 필요한 게(필요할 것 같은 게) 왜 이리 많은지, 짐가방을 둘러메고 입원실에 들어갔다.

내가 3박 4일 동안 입원할 곳은 6인실이었는데, 가져간 준비물 중 가장 유용하게 썼던 건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과 수면 안대였다.

침대가 얇은 커튼 하나로 나뉘어있기 때문에 작은 소음들이 그대로 들리고, 게다가 위급상황이 있으면 새벽에도 한밤중에도 간호사 선생님들이 병실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기가 힘들다.

마지막에 지인이 혹시 모른다며 들려준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 덕분에 소음 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내가 3박 4일 동안 지낼 입원실 베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도장 같은 것도 찍어주셨다.

밤 12시부터 금식이라 8-9시쯤에 1층 편의점에서 치킨텐더 샐러드를 사서 먹었다. 넷플릭스에서 다시 시작한 홍김동전 아니고 도라이버 보면서 먹으니 진짜 내일 수술하는 게 맞나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 5시가 되니 간호사 선생님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혈압을 재고, 체온 체크도 하고, 마지막으로 수술을 위해 굵은 바늘을 꽂아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려웠다.

혈관이 잘 보이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채혈을 하거나 혈관을 잡아야 할 때마다 얇디얇은 데다 숨어버리는 혈관 때문에 나도 간호사 선생님도 참 곤란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한 번에 혈관을 못 잡으면 간호사 선생님이 무척 미안해하시는데, 얇은 내 혈관 탓이니 그분들이 미안할 게 있나.. 

게다가 굵은 바늘이라 혈관이 더 쉽게 터져서 결국 세 번째 간호사 선생님이 와서야 성공할 수 있었다.

마지막 간호사 선생님은 투시 능력이라도 있는 건지, 정말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한 번에 혈관을 찾아냈다.

다시 생각해도 놀랍고 대단한 분이었다.

지인이 수술 전 면회를 와서 잠깐 인사를 하러 면회실로 갔는데, 창밖으로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운 풍경이 내가 보는 마지막 모습은 아니겠지....

교수님이 워낙 잘하는 분이시니 수술은 잘 되겠지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떨리는 건 사실이었다.

수술 3시간 전 수술 준비가 끝나면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 수술 전 검사실로 향한다. 간호조무사 선생님들이 베드를 밀며 검사 장소로 이동시켜 주신다. 수술 전에 두 가지 준비를 하는데, 하나는 암이 있는 자리에 바늘을 꽂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유륜 주사를 맞는 것이다. 소문으로는 이 유륜주사가 정말 아프다고 들어서 걱정을 했는데, 나는 바늘 꽂는 게 너무 아파서 유륜 주사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암이 있는 곳에 바늘을 꽂는 작업은 검사실에 들어가 불을 끄고 장비로 유방을 눌러서 진행이 되는데 나는 미주신경성실신이 있어서 내가 기절하기에 딱 맞춤인 것이었다.

밀폐되고 어둡고, 압박하고, 긴장된 상황.. 

결국 기절 직전까지 갔는데, 여기서 기절하면 수술 준비한 게 무산된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정신을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그걸 겪고 나니 나머지 일정은 일도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수술 준비를 마치고 수술방이 있는 층으로 이동했다.

수술방 앞에서 마취과 선생님과 여러 의사분들이 오셔서 설명을 하고 사인을 받는다.

30분쯤 대기 후 이제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태어나서 이런  큰 수술을 해본 적이 없어서 '와~ 영화에서 보던 수술방 그대로네'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5-6명의 선생님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수술 담당 교수님과 인사를 하고 "마취 시작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대기 시간과 수술시간 다 합쳐서 3시간 정도 시간이 흘렀다.

마취에서 깨고 정신이 들면 그대로 입원실로 옮겨지는데, 그 정신없는 순간에 수술 부위가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

입원실로 옮기고 나면 진통제를 놔주어서 다행히 그 통증이 오래가진 않았지만 진짜 너... 무 아팠다.

14. 이렇게 회복이 빨라요?

수술하기 전, 이런 큰 수술 경험이 없는 나에게 지인들이 각자 겪은 경험담을 토대로 조언을 해주었다.

수술 후 마취에서 깨더라도 한나절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으니 수술 하기 전에 화장실을 꼭 가야 한다. 

마취에서 깨면 절대 벌떡 일어나지 마라. 종일 두통이 오고 오래간다.

마약성 진통제를 놔주는데, 통증이 심하면 고민하고 참지 말고 더 놔달라고 해라. 등등

더 디테일한 이야기는 여기에 적을 수 없지만 마취가 잘 안 깨면 어쩌나, 한나절이나 움직이지 못하는 건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나는 오후 3시가 조금 넘는 시간 입원실로 돌아와 오후 6시에 일어나서 스스로 화장실에 다녀왔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지인들이 정말 놀랐다.

그 몇 년 새 의료기술이 발달한 것이냐부터 역시 젊으니까 회복이 빠르다(안 젊음) 등등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두통도 없었고, 회복도 빨랐다.

수술 전에 열심히 운동을 해둔 덕분일까?

오후가 되니 수술을 해준 교수님이 경과를 알려주기 위해 입원실로 방문해 주셨다.

잘 웃는 분이 아니신데, 수술이 계획대로 너무 잘됐다며 옅은 미소를 띠며 말씀해 주시는데 순간 '아, 진짜 수술이 잘 됐구나'라는 느낌을 받아서 너무나 기뻤고 또 감사했다.

 

이제 회복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 내가 있던 곳은 간호사통합관리 병동?이라서 중증환자를 제외하고는 보호자가 상주할 수 없었는데, 식사시간이 되면 자리로 식사를 가져다주고 식사를 마치면 치워주시고 했다.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15. 유방암은 수술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아직 유방암에 대해 잘 모를 때, 수술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다. 먼저 유방암을 겪은 지인은 내 말을 듣고 뭔가를 더 말해주려다 말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유방암은 수술 후에도 관리하고 신경 쓸게 많다는 걸 알고 있어서 인 것 같았다.

아무리 회복이 빨랐다지만 수술하고 다음 날 교육장에 모여 유방암 교육을 받았다.

4명 정도가 모였는데, 유방암에 대한 것과 이후 관리방법, 영양사 분의 영양교육까지 2시간이 넘는 교육이 진행됐다.

중간에 힘들어서 나가는 분도 계셨고 나 역시도 앉아있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유익한 교육이었고, 수술 이후 먹을 것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이 많았는데 이 교육을 통해 많이 해소가 되었다.

유방암 환자가 꼭 피해야 할 음식은 기름기가 많은 고기류, 닭껍질이었다.

호르몬성 유방암 환자에게는 에스트로겐이 많이 함유된 과일인 석류, 자몽등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라고 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고 결국 밥에 나물 반찬만 먹어야 하는 건가 싶게 안 되는 게 많지만, 의사 선생님 말씀은 적당히 골고루 먹는 게 좋다고 하셨고 나도 그게 맞는 것 같았다.

너무 참아서 스트레스받느니 되도록 클린 하게 식사하는 대신 한 번씩 입에 맛있는 것도 먹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교육이 끝나고 병실에 돌아갔다. 3박 4일의 일정이라 어제 수술했는데 내일 벌써 퇴원이다. 

간호사 선생님이 와서 보험사 제출등에 필요한 서류를 체크하라고 리스트를 주고 가셨다.

모든 게 공장처럼 착착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제 병원에서의 마지막 밤, 난 수술이 잘 됐고, 내일이면 퇴원이다.

반응형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