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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의 일상 기록_2 유방암 수술 전 검사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의 일상 기록_1 유방암진단, 병원 선택, 멘탈 관리갑작스런 암진단으로 어쩔 줄 몰라했던 나를 되돌아보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해보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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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롤러코스터 꼭대기에서 떨어진 기분
검사 결과 수술 전 선항암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던 날의 기분은 암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마음이 말할 수 없이 슬펐다.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꼭 필요한 치료이지만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세포까지 모두 죽이는 게 항암치료이고, 부작용도 너무나 크기 때문에 필요하면 해야지..라는 마음과 나 진짜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동시에 일어났던 것 같다.
검사 결과를 들은 다음다음 날은 나의 생일날이었다.
결과가 좋게 나왔다면 웃으면서 보냈을 텐데 초도 불고 싶지 않고 언제든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래도 미역국은 먹어야 한다며 저녁부터 끓여주신 미역국을 한 그릇 먹고 다시 제주도로 돌아간다.
항암은 다음 주 2월 25일 시작될 예정이었고 조직검사 결과는 24일 월요일에 나온다고 했다.
림프 전이까지 있으면 어쩌지.. 조직 검사 결과가 잘 나와야 할 텐데...
1.6cm 1기였다가 3.4cm 어쩌면 림프 전이까지 있을지 모르는 2-3기 암환자가 되었다.
8. 인간은 모두가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제주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 눈으로만 담았던 제주의 풍경을 괜히 사진첩에 저장해두고 싶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초록 식물을 눈과 사진첩에 가득 담았다.
집에 도착해서 고양이들을 챙기고 가만히 앉아있다가 유방암 2기 항암, 항암 부작용 등을 검색해 본다.
알면 알수록 답은 나오지 않고 점점 공포심만 더 커지는 것 같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이제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다음 주 항암 전까지 이대로 있다가는 말라죽을 것 같았다.
일단 건강한 음식이라도 먹어보자. 이미 늦었나? 그래도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먹으니 좀 건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난다.
이제 그럴듯한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나에게는 4마리의 고양이가 있고, 첫째인 가지는 23살로 최근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시력을 잃었다.
건강한 고양이들은 지인에게 부탁할 수 있지만 가지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항암은 2주에 한번 총 8회 진행된다고 했으니 항암주사를 맞은 날 비행기를 타고 바로 제주도로 내려와서 고양이들과 있다가 다음 항암 때 올라가면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항암 부작용이 없는 사람도 있다는데 운 좋게 내게 그런 행운이 온다면?!
곧장 제주에서 육지를 오가며 유방암 치료받고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나의 계획을 이야기했더니,
"아.. 아마 불가능할 텐데..?"라는 답변을 들었다.
어렵지 않을까? 도 아니고 불가능이라니.
"아니 부작용이 사람에 따라 다르고 사장님도 항암 중에 제주도에 한 번씩 다녀가셨잖아요?"라고 말했더니, 본인이 그동안 어떻게 제주도를 다녀갔는지 자세히 말해주었다.
일단 항암을 하면 첫날은 괜찮은 듯하다가 다음 날부터 며칠간 복통에 시달린다고 했다.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머리맡에 둔 물만 조금 마시고, 그 물이 떨어져서 주방에 물을 가지러 가면 침대에 누워서 충전한 배터리가 모두 소진된다고 했다.
그러다가 너무 힘들면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다 싶을 때, 그리고 제주도에 꼭 가야 할 일이 있을 때 이동을 한다고 했다.
이동 방법은 이렇다.
1) 집에서 어플로 택시를 불러 집 앞에서 택시를 타고 공항 출발층에 내린 후 카운터로 가서 암환자임을 밝히고 휠체어를 대여한다.
2) 승무원이 휠체어에 환자를 태우고 비행기 좌석까지 데려다주면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한다.
3) 비행기 좌석에서 다시 휠체어로 옮겨 타고 승무원이 택시 승강장까지 데려다주면 택시를 타고 집 앞에서 내린다.
아..두 발로 걷는다는 선택지에 없는 것이구나.
조금 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병원 근처에 단기로 방을 얻어 가지만 데려가서 내가 보살피는 방법까지 고민해 보았지만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에 서로에게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결국은 대전에 살고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가지를 좀 맡아줄 수 있겠냐고 부탁해야 했다.
가지는 내가 독립하기 전까지 엄마와 같이 살았고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엄마를 알아보고 기억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적일 것 같았다.
그럼 가지를 언제 대전에 데려다 주지..? 항암까지 일주일 남았는데...?
아..나 왜 제주도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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