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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던 일상에 갑자기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수술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보험이 있다면 얼마 정도 받을 수 있는지, 그에 따라 일을 언제까지 쉴 수 있는지, 주변 유방암 환우가 있다면 고견을 듣고, 나의 상황에 맞춰 고민해 보는 정도.. 
지금 와서 갑자기 유방암에 좋은 음식을 찾아봤자 이미 걸려버린 것을.. 큰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수술 전까지 유방암 생존율, 항암 부작용, 타목시펜 부작용 등을 찾다 보면 수술하기 전에 공포에 질려서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내 병에 대해 몰라서도 안되지만 너무 깊이 알아보다 보면 내게 오지 않을 일까지 미리 겁먹고 걱정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나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그에 맞춰서 검색하고 알아보았다.
나의 경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암에 걸린 사실을 이야기하고, 도움 받을 수 있는 게 있다면 받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갑자기 멈춰버린 일상에 시간이 많아져버려서 사람도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풍경도 많이 보았다.
혼자 있으면 잡생각이 많아지고 그 생각은 결국 나를 안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
일부러라도 사람을 만나고 밖으로 나가고 또 운동도 열심히 했다.
중증도를 떠나서 암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내가 암에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너무나 괴롭고 힘들기 때문에 억지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유방암에 걸려보니 주변에 유방암 환자가 정말 많았다.
우리나라 여성암 중 1위가 유방암이라는 말이 피부로 느껴졌다. 3명 중에 한 명이 걸리는 게 유방암이라더니 진짜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걸리는 암인 만큼 치료가 체계적으로 잘 되어있다.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지 선택하고 나면 그 후부터는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
내가 할 일은 정신적으로 힘들어지지 않게 노력하는 것과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유방암 수술 후기를 찾아보았더니 수술하기 전까지 운동을 했다는 분이 있었다. 수술하고 나면 체력관리가 중요하다는데 그럼 나도 수술 전 한 달 동안 열심히 운동을 해서 체력을 조금이라도 올려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헬스장에서 2시간 반씩 있는 사람들은 뭘까?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다.

수술 전 검사가 있던 날. 제주에서 김포, 김포에서 분당으로 이동하는 게 멀기는 했지만 사실 수술 전에는 체력이 떨어지지 않았으므로 다닐만했다. 

이날은 검사가 세 개나 잡혀 있었다. 뼈스캔, MRI, 유방확대촬영-
CT와 MRI는 조영제를 사용하는 검사라 6시간 금식이 필요했고, 뼈스캔은 금식은 필요 없었지만 방사성의약품을 주사한 후 3-4시간 뒤에 검사를 시행한다.
오후 1시 반에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가 모두 끝나니 밤 8시가 넘었다.
뼈스캔, CT, MRI는 의외로 할만했는데 검사 시간이 각각 30분 정도 소요되다 보니 공황이나 폐쇄공포증 등이 있다면 받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힘들었던 건 유방확대촬영....
유방 X-ray 촬영을 할 때도 21세기에 정말 이렇게밖에 검사가 안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유방확대촬영은 강도가 더 세다.
기계로 유방을 누르는 압이 너무너무 강해서 끝나고 나서 통증이 2-3일은 갔던 것 같다.
눈물이 찔끔

지하 1층에 있는 대기실에서 책 읽다가 검사받고, 휴대폰 보다가 검사받고 그러다 보니 저녁 8시....

힘든 검사를 마치고 야탑역 포장마차에서 사 먹은 호떡.
수술하고 나면 식단관리를 해야 하므로 수술 전에 먹어두었다.
 
내 일상에 갑자기 뚝 떨어진 암. 이런 큰 병에 걸리고 나면 큰 깨달음을 얻는다던가, 인생의 방향이 크게 바뀌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주변에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나는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도움으로 살고 있었는데 내가 그걸 깨닫지 못하고 나 혼자 이겨냈다고 믿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하겠다는 말이 진심으로 느껴졌고, 치료 과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정신을 잡았던 것 같다. 
치료가 다 끝나고 나면 고마웠던 분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메모장에 그분들의 이름을 기록해 두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의 일상 기록_1 암진단, 병원 선택, 멘탈 관리

갑작스런 암진단으로 어쩔 줄 몰라했던 나를 되돌아보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해보는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의 일상과 치료 과정등을 기록합니다...2025년 새해를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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