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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의 일상 기록_1 유방암진단, 병원 선택, 멘탈 관리

갑작스런 암진단으로 어쩔 줄 몰라했던 나를 되돌아보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해보는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의 일상과 치료 과정등을 기록합니다...2025년 새해를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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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언제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CT검사 결과를 제출하고 바로 주치의 선생님을 볼 수는 없었다. 외래와 수술로 꽉 찬 스케줄의 교수님은 내가 볼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분이 아니었다. 결국 서류만 제출하고 돌아왔다.
그래도 챗gpt가 알려준 대로라면 유방암이지만 일찍 발견한 축에 속하고 사이즈도 작으니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검사를 받으러 갔다.
 
2월 11일 세 개의 검사가 있는 날. 나중에 안 사실인데 하루에 검사를 몰아서 받을 수 있는 게 큰 행운이었다. 날짜가 맞지 않는다면 며칠에 걸쳐 검사를 나눠서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날 검사할 항목은 뼈스캔, 유방확대촬영, MRI였다.
오후 1시 30분에 검사를 시작해서 마지막 검사 시간은 밤 8시 10분이었다.
뼈스캔 검사는 금식이 필요하지 않지만 방사성의약품을 투약하고 3-4시간 정도 후에 검사가 가능했다.
주의 사항이 많았는데 몸에 방사성의약품이 퍼질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소변등이 옷이나 몸에 묻지 않도록 하고, 검사당일은 임산부나 5세 이하의 영, 유아와는 접촉을 피하라는 안내문구도 쓰여있었다.
조금 무시무시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몸에 방사성 의약품이 퍼지는 동안 유방확대 촬영을 하러 갔다.

조금은 낯설고 무시무시한 검사명과는 다르게 그래도 제법 친숙한 유방확대촬영검사.
하지만 이 검사가 수술 전 검사 중 가장 아팠다. 유방 정기 검진을 받을 때처럼 눌러서 X-ray 촬영을 하는 것도 기분이 썩 좋지 않은데, 유방 확대촬영은 그것의 3배 정도 압력을 가해서 검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선생님 너무 아파요"를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남의 가슴을 잡고 누르는 선생님도 유쾌할리 없으니 최대한 협조해서(참아서)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아파서 검사가 끝나고도 의자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오후 1시 40분 뼈스캔을 위한 주사를 맞고, 유방 확대 촬영을 하고, 오후 5시 30분 뼈스캔 검사까지 3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
MRI 검사를 위해서는 6시간 금식이 필요하므로 물도 마실 수 없으니 카페를 갈 수도 없고 마냥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병원 지하 1층에 길고 푹신한 의자가 있어서 가져간 책도 보고 휴대폰 충전도하고 3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시간과 정신의 방 아니고 병원 지하 1층

뼈스캔 검사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검사 기계에 누워있으면 알아서 검사를 해준다. 검사 시간은 30분 정도로 약간 긴 편이지만 환자가 할 일은 없었다.
이제 8시 10분 MRI촬영까지 3시간 정도 시간이 또 남는다... 휴대폰도 지겹고 누워서 잘 수도 없고 기다리는 시간이 점점 힘들어진다.
주변에 있던 환자들도 하나씩 떠나고 병원에 불은 꺼지고 직원들도 퇴근하는 시간.
검사를 받는 것도 힘들지만 기다리는 시간도 너무 지치고 힘들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MRI 검사 시간이 돌아왔다. 검사는 기계에 들어가서 진행되는데 검사 중 조영제를 투여한다.
몸에 조영제가 들어가면 몸이 갑자기 뜨거워지는데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검사하는 동안 기계음이 크게 들려서 해드폰을 쓰고 엎드려서 검사를 하는데, 20-30분 정도 소요되고 가슴이 많이 움직이지 않아야 선명하게 촬영이 된다고 해서 너무 크게 숨을 쉬어서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을 했다.
만약 CT를 미리 찍지 않았다면 이날 CT검사가 진행됐을 것이다.
길고 긴 검사를 모두 마치고 병원을 나서니 캄캄한 밤이었다.
검사 결과는 2월 17일에 나오고, 모든 검사 결과를 종합해서 수술 전 항암을 할 것인지, 바로 수술을 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6. 종합적인 검사 결과...

제주도로 돌아와 신선한 딸기와 닭가슴살을 먹고, 헬스장을 갔다.
검사 때문에 오래 집을 비워 혼자 있었던 고양이들 마음도 달래주고, 책도 읽고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결과가 나쁘게 나올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왜냐면 난 CT검사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으니까!
드디어 2월 17일 모든 검사결과를 종합해 나의 치료 방향이 결정되는 날이다.
예약시간보다 일찍 가면 빨리 결과를 들을 수 있을까 해서 일찍 병원에 도착했지만, 상담이 길어져서 원래 예약했던 시간보다 30-40분 더 늦게 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
'항암 안 해도 되죠? 어서 그렇다고 말해주세요!'

교수님은 표정의 변화가 크지 않으시고 조용히 차분히 이야기를 해주시는 편인데,
그 차분한 목소리로 검사 결과 암사이즈가 3.4cm라고 이야기했다.
"3.4cm...? 그럼 그 사이에 암이 자라난 건가요?"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기보다는 암의 모양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 측정하느냐에 따라 사이즈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해 주셨다.
유방암은 종류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는데, 나는 호르몬 양성이고 허투여부는 검사결과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슬라이드 판독을 타 병원에서 한 것이기도 했고, 조직이 부족해서 검사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메모가 남겨져 있었는데 그 때문인 것 같았다.
마침(?) 겨드랑이 림프 쪽에 전이도 의심되니 조직검사를 다시 해보자고 하셨다.
조직검사는 다음 날 오전에 이루어졌고, 그것과 별개로 암 사이즈가 커서 수술 전 선항암을 진행해 사이즈를 줄이자고 이야기하셨다.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항암을 하게 되다니.. 3월 4일로 잡힌 수술은 미뤄졌고, 가벼운 마음으로 결과를 들으러 갔던 나와 지인은 마음에 돌덩이를 하나씩 얹고 진료실에서 나왔다.
그 와중에 몸에 좋은 걸 먹어야 한다며 추어탕 가게에 가서 상황버섯 추어탕을 먹었다.
유방암 항암은 예외 없이 머리카락이 다 빠진다던데 어떡하지? 머리카락이 뭐야 눈썹도 속눈썹도 다 빠진다는데, 눈썹문신을 해야 하나? 하하하
애써 농담을 던지며 밥을 먹었지만 결국에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다음 날 조직 검사를 마치고 제주로 다시 돌아오는 길. 
인생이 생각한 대로 되는 게 정말 하나도 없구나.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의 일상 기록_3 유방암 항암을 위한 마음가짐과 그럴듯한 계획

7. 롤러코스터 꼭대기에서 떨어진 기분검사 결과 수술 전 선항암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던 날의 기분은 암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마음이 너무나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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