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는 이야기/제주도 일상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의 일상 기록_1 유방암 진단, 병원 선택, 멘탈 관리

제주밤송 2025. 4. 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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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암진단으로 어쩔 줄 몰라했던 나를 되돌아보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해 보는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의 일상과 치료 과정 등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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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를 맞아 한라산이 가까이 보이는 오름에 올랐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눈앞에 한라산을 보며 올해는 열심히 살아보자.
2024년 힘들었던 건 다 새해를 위한 액땜이었다고 생각했다.
마침 엄마가 나를 보러 제주도에 내려오셨고, 겨울 제주도는 처음인 엄마와 제주도의 매서운 겨울바람도 느끼고 예쁜 동백꽃도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1월 15일 1년 전에 방문한 적 있는 유방외과에서 전화가 왔다.
1년 전에 정기검진을 예약해 두었는데, 그게 내일 16일이라는 것이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하필 엄마랑 여행 중에 날짜가 걸려서 미룰까?라고 잠깐 고민하다가 얼른 다녀오자는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참고로 내가 있는 제주도 구좌읍에서 제주시 병원까지는 편도 1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잠시 고민했으나 예약 잡기가 워낙 어려운 곳이라 다녀옴

1. 유방암입니다.

별생각 없이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고, 누워서 초음파 검사를 받던 중 왼쪽 가슴에 무언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순 지방이 뭉친 것일 수 있으나 혹시 모르니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조직검사는 가슴 안에 생긴 조직을 일부 떼내어 검사를 하는 것인데, 부분 마취를 하고 굵은 바늘을 넣어 의심되는 조직을 떼어낸다.
떼어낸 조직은 검사를 맡기면 보통 결과가 나오기까지 5일 이상 걸린다고 했다.
마취를 해서 그다지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 오전에 검사한 부분 드레싱을 위해 방문하기로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오후 3시 넘어서 오면 최대한 빨리 조직검사 결과를 받아서 알려줄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주차권을 챙겨주는데, 그날따라 간호사 선생님들이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셨다.(물론 그전에도 친절했지만)
뭐지..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지..?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을 다녀오고 엄마랑 마지막 여행날을 보내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이 커졌다.
그리고 엄마에게 "우리 친척들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나?"라고 물었는데 없다고 했다.
그때까지 유방암은 유전에 의해 걸릴 확률이 높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친척 중에 유방암 환자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을 때, 조금 안심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다음 날, 지인이 제주도에 놀러 와 오전에 같이 시간을 보내고 오후 3시에 검사결과를 들으러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실로 들어가려는데, 간호사선생님이 지인과 함께 결과를 듣겠냐고 물어보셨다.
"... 같이 들어야 하는 결과인가요?"라고 되물었더니 아니라고 말하며 황급히 나를 진료실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내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기도 전에 의사 선생님은 진단결과가 나왔고 유방암이라고 말했다.
".. 아...... 제가요?"
 
현실감이 사라지고 멍해져서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의사 선생님은 검사 결과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쭉 이야기해 주셨다.
조직은 1.6cm 정도 되고 유방암 0기-1기 정도이며, 정확한 건 상급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제주도에서 수술을 한다면 제주도 병원을 알아봐 줄 수 있지만 젊은 나이이니 육지에서 수술받기를 권하셨다.
(참고로 검사 결과는 수술하기 전까지 몇 번 번복돼서 나의 멘탈을 흔들었다... 첫 검사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진료가 끝나고 멍해진 나를 간호사 선생님이 회복실 같은 곳으로 안내해 주었고, 상급 병원에 제출할 서류와 검사 영상 CD, 그리고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까지 챙겨주셨다.
그때부터 실감이 나면서 눈물이 터졌고, 현실로 다가왔던 것 같다.

2. 그래서 전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결과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가? 내가 왜 암에 걸리지? 우리 친척 중에는 암환자도 없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현실은 나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이제 뭐든 해야 했다.
먼저 유방암을 경험한 지인들에게 전화해서 조언을 들었다.
상급병원 진료 예약을 잡는 게 우선이고, 예약센터를 통해 가장 빠른 날짜에 진료가 가능한 곳을 찾으라고 했다.
하필 2주 후에 긴 설날 연휴가 겹쳐서 다음 주에 당장 진료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병원은 한 곳만 가는 것보다 두세 군데 정도 가서 상담해 본 후 수술 날짜나 교수님 스타일을 보고 결정하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총 3군데 병원 예약을 잡았다.(설날 전 주에 2곳, 설연휴 전날인 임시공휴일에 인터넷 예약을 통해 ㅂㄷㅊ병원 진료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검사 예약이 빨리 잡힌 것처럼 보이는데, 내가 예약 시도했던 1월 중순에는 의사파업으로 수술이 많이 밀려있는 상황이어서 처음 전화했던 병원은 9월에나 진료를 볼 수 있다고 말해서 매우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병원 예약을 잡아놓고 인터넷에서 유방암, 유방암 생존율, 유방암 수술 등 무시무시한 단어들을 넣어 검색하며 글을 읽었다.
하지만 지금 유방암 수술을 하고 방사선 치료를 앞둔 입장에서 보면 개개인마다 상황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그것들을 보며 미리 겁을 먹을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면?!

 
1) 상급병원 진료 예약을 잡는다.
전화예약 또는 인터넷 예약이 가능한 곳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가장 빠른 날짜로 진료 예약을 잡는다.
어느 곳이 될지 모르니 일단 예약하고 나서 원하는 병원을 고르고 아닌 곳은 취소할 수 있다.
 
2) 서류 준비
상급병원 예약이 잡히면 병원에서 요청하는 서류를 알려주는데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보통 진료의뢰서, 검사영상 CD, 영상 판독지, 조직검사지, 염색, 비염색 슬라이드(최초 진단받은 병원에서 발급)등이다.
!!! 참고로 염색, 비염색 슬라이드는 무한정 발급되는 게 아니다. 
조직검사할 때 떼어낸 조직을 가지고 깎아서 만드는 것이므로 발급에 한계가 있고, 조직 블록 원본 대여 시 차후 반납해야 한다.
 

- 아니 그럼 병원 세 군데 예약했는데 서류 못 가져가면 진료 못 보는 거 아닌가요?

 
슬라이드를 제출해도 상급병원에서 판독하는데 1주일 넘는 시간이 걸린다. 고로 당장 진료받을 때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검사영상 CD와 진료의뢰서, 조직검사지 등의 서류만 가져가도 진료가 가능하다.
(검사 영상 CD는 병원에서 복사 후 돌려주므로 1개만 있으면 됨)
처음 상급병원에 가서 진료를 볼 때 알아봐야 할 것은 수술 날짜와 의사 선생님의 치료 방향이다.
병원 진료 상담을 다니다 보면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도 되는 건가, 당장 빨리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멘탈이 흔들리는데 그래도 나를 치료하고 수술해 줄 의사를 한 명만 만나보고 정하는 것보다는 최소 세명은 만나서 이야기해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다.
 
3) 병원 결정
유방암은 수술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에 거리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항암 치료를 하게 될 경우 약에 따라 다르지만 2-3주에 한 번씩 가야 하고, 방사선 치료의 경우 매일(월-금) 최소 15번 이상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물론 근처 요양병원에서 지내면서 다닐 수 있다면 위치는 크게 문제가 안될 수도 있다.
 
4) 산정특례등록
산정특례등록은 병원이 최종적으로 결정되고 난 후 주치의에게 요청하면 등록해 준다.
암이 발병한 후 5년까지 산정특례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최대한 늦게 하지만 검사 전에 등록을 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산정특례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질병에 대해 치료비를 경감해 주는 제도인데, 유방암의 경우 병원비의 5%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검사비, 수술비등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3. 이 병원에서 치료하겠습니다.

병원 세 군데를 알아보고 마지막 병원에서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병원은 수술날짜는 가장 빨랐지만 유방암 치료로 유명한 곳은 아니어서 다른 곳을 더 보고 싶었다.
두 번째 병원은 매우 유명한 곳이었지만 수술 날짜가 너무 밀려있었다.
세 번째 병원은 여성암으로 유명한 곳이었고 주치의 선생님의 스타일, 그리고 수술 날짜도 빨랐다.
병원이 정해졌으니 이제 수술할 병원에서 본격적인 정밀 검사를 한다.
간, 폐, 목 등에 전이가 있는지 알아보는 복부 CT, MRI촬영, 뼈에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뼈스캔, 브라카검사(유전자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유방촬영 등등 등
검사는 공복이어야 가능한 것들이 있어서 공복으로 가는 게 좋고, 운이 좋다면 하루 이틀 안에 모든 검사를 끝낼 수 있다.

조직 슬라이드

최종 병원을 정한 후 조직 슬라이드를 제출하고 검사도 했어야 했는데,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다르게 나는 멘탈이 흔들리고 마음이 조급해서 두 번째 병원에서 엉겁결에 CT촬영과 브라카검사까지 해버렸다.
타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는 받아서 수술할 병원에 제출하면 되긴 하지만 일이 좀 복잡해지기도 하고 결과지를 직접 받으러 다시 방문해야 하니 그것도 지치는 일이다. 또 의사에 따라 다른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보다 본인 병원에서 검사한 것을 신뢰해서 다시 검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수술할 병원을 결정한 후 조직 슬라이드를 제출하고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게 좋겠다.

내가 방문한 두곳의 병원과 불안한 마음에 홀린듯이 진행해버린 두번째 병원에서의 검사

4. 챗gpt에게 검사 결과를 물어보았다.

mri검사와 뼈스캔 검사가 2월 11일로 잡혔고, 그전에 타 병원에서 검사한 CT검사 결과를 먼저 받아서 병원에 제출해야 했다.
조금 기다렸다가 한 병원에서 하면 될걸 지금 생각하면 고생스럽게 왜 그랬나 싶지만, 그때는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 그냥 어디서든 빨리 해야 될 것 같고, 미뤄질수록 암이 커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CT 먼저 찍는다고 자랄 암이 안 자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CT검사 결과지를 받아서 본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사진을 찍어 지인에게 공유했더니 한 친구는 의사동료에게 의견을 물어봐주었고, 한 친구는 챗gpt에게 검사 결과를 물어봤다면서 각각의 결과를 말해주었다.
의사동료의 의견은 공격적이지 않은 암이고, 어쩌면 항암을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고, 
챗gpt의 분석 결과는 암의 크기가 0.7mm, 허투음성, 림프 전이 가능성 낮음이었다.
암의 크기가 0.7mm 라니?! 처음 유방외과에서 받았던 1.6cm와는 너무 다른 결과였다.
항암에 대한 부작용을 너무나 딥하게 찾아봤던 터라 항암을 안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다.
이 결과를 보고 의사 선생님은 어떻게 이야기를 해주실지 약간은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의 일상 기록_2 유방암 수술 전 검사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의 일상 기록_1 유방암진단, 병원 선택, 멘탈 관리갑작스런 암진단으로 어쩔 줄 몰라했던 나를 되돌아보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해보는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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